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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계를 이대로 둘 수 없는 이유(1)
기사 작성일 : 10-08-06 18:24



준비가 덜 된 심판이 너무 많다.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했던 정해상 심판의 활약이 눈에 선하다. 정해상 심판의 대활약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한국 심판들의 뛰어난 능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기회가 됐다. 또한 고려대 심판 매수 사건으로 인해 조성된 심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까지 한방에 잠재우는 소방관 역할까지도 톡톡히 해낸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전국적인 폭염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벌어지고 있는 각종 대회 등에서 유감스럽게도 그 우호적이고 긍정적이던 분위기가 점차 소멸되어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 한다.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어딘가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비쳐지는 심판들이 곳곳에 출몰하기 때문이다. 심판들은 경기장에 들어가면 거의 입을 닫는다. 말 보다는 휘슬과 깃발로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다.

결국 심판의 언어는 휘슬인 셈이다. 만약 심판이 경기장에서 선수와 속닥거리고, 또 지도자와 귓속말이라도 나눈다면 어떻게 될까. 심판의 휘슬은 언어 이상의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또 존중해야 할 충분한 가치가 담겨져 있는 성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렇게 막중한 휘슬의 가치도 공정성과 신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존중받지 못할 것이며 휘슬 소리는 또 하나의 소음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판정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그러나 신속성도 그 못지않게 중시된다. 휘슬의 타이밍은 더 없이 중요하며 경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판정의 권위를 지키는 첫 걸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판이 휘슬을 불어야 할 순간을 놓쳤을 때 가치는 존중받기 어렵고 공연한 오해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마는 경우가 흔하다.

지난 3일 오룡기 4강전이 열린 천안축구센터. 야간경기로 벌어진 4강전은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수준급의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도 박진감이 넘쳤고 필드에서는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양교를 응원하는 열기도 뜨거웠다.

경기는 전반 5분을 넘기면서부터 관계자들과 관중들은 경기의 흐름에서 뭔가 개운치 않다는 느낌을 공유했다. 양 팀 선수들의 몸싸움이 치열해지다보니 파울도 늘어나고 또 당연하게 주심의 휘슬이 빈번해졌으나, 주심의 휘슬 타이밍이 석연치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판정이 편파성을 띈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심이 휘슬을 불어야 할 적절한 타이밍을 한 박자, 또는 그 이상으로 자주 놓치면서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인사들은 짜증도 나고 뭔가 개운치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꼈다.

결국 전반 15분을 넘기며 사단이 벌어졌다. 주심은 양 팀의 지도자는 물론이고 학부모와 관중들로부터 거친 야유를 받기에 이르렀고 심판감독관 조차도 난감한 안색을 감추지 못했다. 후반전에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신평중의 골을 2부심이 오프사이드로 선언하면서 결국 소동이 벌어지고 말았다.

2부심의 판정은 정당했으나, 오프사이드를 촉구하는 부심의 시그널을 확인하고서도 주심의 휘슬이 나오는 과정이 또 한 박자 늦어지며 소동의 원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심판의 휘슬불기는 고유 권한이나 그 권한을 제대로 행세 못 할 때 부작용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필자에게는 말을 심하게 더듬는 깨복쟁이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숨이 가빠졌고 순간적으로 말도 더듬던 기억이 난다. 축구장의 명물 구상식씨와 대화를 해본 인사들은 그 답답한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 심판계 현실과 대우를 종합적으로 비교해 볼 때 준비된 심판이 크게 늘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대축이 제도적으로 심판을 교육하고 육성한 것이 불과 2-3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판계가 양적, 질적으로 큰 팽창과 향상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일선 지도자와 학부모들은 심판들이 처한 궁핍한 현실을 잘 모르고 있다. 사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거의 모든 지도자와 학부모들은 완벽하게 준비된 심판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갖고 있다.

이런 편향성은 언론도 마찬가지. 사건이 터지면 매도에는 앞장서면서도 척박한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외면으로 일관한다. 이제 심판은 공인에 속한다. 현역 심판 수가 1-2년 안에 곧 10,000명을 돌파할 가능성도 높고 젊은 층에서 희망직종으로 자리매김 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현실은 척박하고 ‘이런 대우를 받는 심판이 무슨 공인 측에 들 것이냐’ 는 싸늘한 반문도 가능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고려대 사건을 보도한 국내 유수 언론 대부분이 심판 단순 비리를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그 이상으로 확대 보도한 것을 감안하면 심판들의 위상은 매우 높아진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할 것 같다.

곧 개최될 가을 전국대회를 앞둔 모 학부모가 필자에게 보낸 이메일의 한 구절. ‘1년을 철저하게 준비해왔고 곧 전국대회가 다가오는데 너무 불안합니다. 우리 감독님은 사교성도 부족하고 돈도 없는데---  예선 1회전에서 맞붙은 상대 팀 감독은 팀에서 돈도 많이 걷고 또 심판비도 걷었다는데----’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고 불신을 조장한다. 무엇보다 지도자들의 각성이 절실하고 심판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 걷어내려는 노력이 앞서야 하나 심판진 스스로도 검은 거래를 거부하는 용기가 절실하다.

국내 심판들의 능력은 이미 아시아권을 넘어 섰고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상황이 그렇게 희망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심판 상당수가 전 지역에 도사리고 있으며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 더 관심을 둔 심판들이 아직도 허다하고, 승부 청부사들과의 관계도 뒷말이 무성하다.

권종철 심판위원장(대행)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동가식서가숙 을 마다하며 교육에 매진하고 있으나, 현실은 교육만으로 대처하기에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토착 비리의 근간을 뿌리 뽑는 강력한 개혁조치가 절실하게 요구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권 위원장이 수구 세력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대행체제의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고 심판 신 · 구세대를 이간시키는 말도 다양하게 제조되고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인사들은 경기장에서 완벽하게 준비된 심판들을 만나기를 갈망한다. 그 타는 목마름이 언제나 해소될 수 있을까.

- 김영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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