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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무엇 때문에 뜨거운 담요 위에서 경기를 펼치는가'
기사 작성일 : 10-08-03 11:17



지난 2일 오후2시. 대구 시민구장은 말 그대로 사우나 도크를 연상시켰다. 그 뜨거운 폭염 속에서 선수들은 축구 경기를 펼쳐야 했고 그런 선수들을 지켜보는 기자 스스로가 먼저 처절해졌다.

대구는 35도를 웃도는 폭염. 그늘 관중석에 앉아만 있어도 숨이 헉헉 막히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폭염 속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공도 차야하고 또 상대 선수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 했다.

그나마 대구시민구장은 천연잔디구장. 복사열은 좀 덜했겠으나 일부 선수들은 전반전을 마치고 나오면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지난 7월30일 오후 4시 전남 영광군 스포티움 구장. 영광군 기온은 35도. 인조잔디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에 옷은 땀으로 흥건했고 구장 전체가 불구덩이를 연상시켰다.

군 체육 관계자는 ‘구장 안의 온도가 45도 전후는 될 것 같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지난 7월22일 오후 2시 강릉시 기온은 36.5도. 강남축구공원 축구장에 따갑게 내려 쬐는 햇볕은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유난스러웠고 구장 전체는 꽃 탕을 연상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인조잔디구장은 뜨거운 담요를 연상시켰고 양 팀 선수들은 경기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얼굴에 수박색이 완연했고 양 볼은 붉게 익어있었다.

급기야 모 고교 선수가 경기 중 힘없이 픽 쓰러졌다. 의료진이 뛰어 들어가고 선수는 곧 라인 밖으로 실려 나왔다. 기자가 ‘왜 쓰러졌느냐’고 묻자 ‘나도 모르게 어지러워 쓰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화랑대기가 열린 경주시의 8월 2일 오후 2시. 기온은 37.3도를 웃돌았고 기상청의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황. 사실 폭염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에서 유소년들의 경기를 진행한다는 것은 무모한 판단이 아닐 수 없었으나 주최 측은 경기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경기를 강행했다.

유소년연맹과 경주시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에서 유소년들의 경기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학부모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내년부터 기온이 30도를 넘을 경우 모든 경기를 야간경기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으나 학부모들은 씁쓸한 표정을 쉽게 감추지 못했다.

현재 전국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상당수 지역 등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이다.

그러나 리그전이 끝나고 방학 기간 중에 전국 대회를 집중적으로 소화하는 주최 측 입장에서는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회를 강행하고 있다.

사실 리그전이 정착하면서 방학 중에만 전국대회가 기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선 지도자들과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피치 못 할 사정이 충만하다.

특히 지역 리그 성적이 좋지 못한 고교 팀들로서는 소속 선수들의 대학 진학을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이자 좋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불 볕 폭염 속에 맹목적으로 진행되는 전국 대회는 매우 위험하다. 폭염 대회는 선수를 위한 대회는 절대 아니다. 한국 축구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될 독약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폭염 속 대회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해서 팀 관계자들과 학부모, 선수들은 대축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를 피해 전국대회를 진행 할 수 있는 정책 방향으로 유도해야 할 대축이 방관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충남축구협회(회장 가용순)가 매년 주최하는 오룡기가 폭염기의 모범 답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룡기는 개최 시기가 리그 시기와 겹치는 5월이었으나 할 수 없이 일정을 조정했다. 그러나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다시 야간경기로 전환하고 대회 일정의 약80%를 야간경기로 전환하는 탄력적인 운영을 단행하면서 지도자와 선수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도 크게 반색하고 있다. 더구나 야간경기로 대회가 진행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도 퇴근 후에 경기장을 찾아 모두가 함께 축구를 즐기는 이중효과를 조성했으며 부수 효과로 다양한 계층의 축구팬들까지 창출하고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축구 발전을 가져오는 올바른 행정이며 또 선수들을 위한 기본 정신인지,  충남협회의 탄력 행정이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더구나 충남협회가 재정이 풍부해서 야간경기로 전환한 것은 아닐 것이다.

대축의 탁상 행정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대축이 전국 대회를 승인해주면서 각 도시의 기상 정보를 참고하고, 또 폭염이 예상되는 지역의 경우, 야간경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했어야 했다는 대목이 부각되면서 대회 예산과 심판 배정 등 기본적 사항만 갖춰지면 무차별적으로 대회를 승인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대축 관계자는 ‘7월 말의 극심한 기상변화와 폭염을 전혀 예상 못했다’면서 ‘협회가 기상 정보를 어떻게 입수하며, 또 대회 승인을 내주면서 그것을 따질 필요성이 있느냐’고 반문했으나 현재 전국의 소농에서 조차 기상. 기후 정보의 사전 입수는 거의 상식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축 관계자의 반문은 실언에 불과하다.

지난 1997년 남해에서 경기 중 심장마미로 사망한 보인고 고김용선 선수 사망사건은 학원 축구계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특히 고김용선 선수의 부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대주학원 (이사장 김석한) 측의 65%의 과실을 인정하면서, 대축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책임을 추궁한바 있다.

재판부는  대축이 전국 대회를 승인하면서 대회 기간의 기온과 선수들의 건강 상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응급시설 등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판결문에 명시하면서 대축의 비상 대책 소홀에 대한 문제성을 제기한 것이다.

대축은 더 이상 선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 속의 전국 대회의 승인을 거부해야 한다. 덧붙여 전국 대회의 승인 조건과 기준 등이 상세하게 담긴 메뉴얼을 이번 기회에 꼭 마련하여 불필요한 마찰과 일선 지도자들의 오해와 학부모들의 우려도 근본적으로 차단 할 필요가 있다.

대회 승인의 매뉴얼이 마련되면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도시는 아예 전국 대회 개최 자체를 시도하지 못 할 것이며 부수적 효과로 각 도시에 야간경기의 인프라를 갖추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축구계 현실이 학원 리그와 전국 대회의 상생이 불가피하다면 먼저 리그 경기 수를 대폭 줄이고 또 전국대회의 통. 폐합과 함께 대회의 개최 시기까지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대대적인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 김영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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